High Technology라는 뜻으로 높은 기술력이 반영된 건축물에 대한 학술적인 용어입니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는 도시와 건축에서 요구하는 프로그램, 공법이 다양화되면서 하이테크 건축물을 더더욱 진화시켰습니다. 하이테크 건축은 어떤 계기로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해당 건축물의 본질적인 특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1. 하이테크 건축의 역사적 배경
현대산업의 급격한 발달과 함께 과학 기술과 관련된 첨단 분야에서 하이테크의 개념이 도입되었습니다. 1970년대 중반부터 건축 분야에서도 하이테크의 수단을 이용한 여러 스타일의 건축이 등장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구조 미학과 후기 모더니즘, 그리고 하이테크 건축이라는 3개의 축이 주축을 만들면서 기존의 역사였던 모더니즘의 기술 이상을 계속 이어받은 운동이 후기 모더니즘(Late-Modernism) 성격을 잘 갖고 있습니다.
여기서의 후기란 양식사의 전개 과정에 있어서 새로운 양식의 탄생과 전성의 과정 후에 나타나는 매너리즘 적 양상을 지칭하는 의미에서의 '후기(late)'란 개념과 동일한 것으로 보고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이렇게 보았을 때 후기 모더니즘이란 모더니즘의 기본 개념을 기교적으로 활용하며 시각적 즐거움을 추구하는 매너리즘 적 경향을 일컬음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실제로 1950년대를 시발로 삼아 하나의 통일된 경향을 이루어 왔으며 1977년에 찰스 쳉크스(Charles Jencks)가 이것을 지칭하며 후기 모더니즘이란 용어를 사용한 후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후기 모더니즘이 기교적 응용의 대상으로 삼는 모더니즘의 기본 어휘는 엔지니어링 기술이 제공하는 첨단의 이미지와 미니멀리즘 적 구성 법칙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특히 후기 모더니즘은 이러한 어휘를 관계적 법칙에 따른 해석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1차적 감각 인지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후기 모더니즘은 구조 요소나 유리등의 표피 재료를 장식적 개념으로 각색하여 대중들에게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하려는 목적을 갖습니다.
신구조공법의 등장으로 바벨탑의 수직선을 새로운 스케일로 실현시켜 보려던 모더니즘의 기본 이상은 이제 자잘한 장식 어휘로 탈바꿈하여 길거리를 오가는 대중들에게 기괴한 형태로 즉각적 충격을 선사하는 모던 매너리즘 시기에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한 예로 앙드로 & 파라 (Andrault & Parat)의 '토템 타워(Totem Tower)'를 미스 반 데 로에(Mies van der Rbhe)의 원 찰스 센터(One Charles Center)와 비교할 수 있습니다.
2. 미스 반 데 로에의 하이테크 건축이란?
미스 반 데 로에의 건물은 지구의 중력이라는 절대조건 하에서 인간의 수직 욕구를 신 공법에 의해 해결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격자 구성과 효율성의 이미지 등을 주요 표현 어휘로 제시합니다. 이런 점에서 이 건물은 모더니즘의 기본 이상을 잘 나타내 주는 교과서 같은 건물 중의 하나이며 모더니즘을 완성시킨 거장이라는 그의 이름에 손색이 가지 않는 단아한 멋을 풍깁니다.
반면 앙드로 & 파라의 건물에서는 이렇게 완성된 모더니즘의 기본 어휘를 시각적 요소로 변 형 시켜 사용함을 알 수 있습니다. 중력 하에서 인간의 존재 양식을 수직선으로 표현하는 가운데 얻어진 모더니즘의 멀리온과 개구부 모듈이 여기에서는 일정 면 단위로 분할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면 단위는 다시 매스 단위로 구분된 후 그사이 사이에 따내기(subtraction) 기법이 더해지면서 두껍고 강한 음영을 형성합니다. 신 구조공법에서 나온 모더니즘의 선형어휘 가 이 건물에 와서는 매스단위에 의한 조형어휘로 탈바꿈하였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군데군데 보 와 기둥을 건물 밖으로 돌출시켜 세트로 엮어내는 처리기법은 구조어휘를 조형적으로 응용하려는 또 다른 대표적 예에 해당됩니다.
이렇게 얻어지는 전체적인 구성효과는 유리색 및 철골색과 어울려 그로테스크(grotesque)한 분위기를 내고 있습니다.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유명한 어록 중 하나인 '적은 것이 곧 더 많은 것(Less is more)'이라는 개념 아래 절제되고 최소한의 멋을 추구하던 모더니즘의 이상이 후기 모더니즘과 맥락을 같이 합니다. 풍부하고 자극적인 반복에 의해 표피적 충격을 주려는 경향으로 바뀌어져 있습니다.
후기 모더니즘 건축가들 중에는 완성된 단위의 모더니즘 어휘를 기교적으로 활용하는 것보다는 구조법칙 자체를 형태와 디자인의 기본 개념으로 삼으려는 보다 근원적인 자세를 보이는 일단의 그룹들이 있습니다. 구조미학 운동쯤으로 불릴 수 있는 이러한 경향은 후기 모더니즘 시기에만 새로 나타난 시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계몽주의 시기 이전까지 건축에서의 구조기술과 디자인은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이 일체로 작용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구조기술은 역학적 문제의 해결보다는 돌 다루는 솜씨 쪽에 가까웠습니다. 아쉽게도 구조기술은 건물의 높이나 기괴한 형태 등을 실현시켜 주는 미술의 손 이라기보다는 인문적 가치를 실현시켜 주는 충실한 보조영역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많은 건축가들은 석수장이나 조각가 출신으로 현장에서 직접 돌은 다루며 자신의 건축적 질서를 표현해내기도 하였습니다. 그 후 계몽주의 시기와 산업 혁명을 거치며 구조 기술은 디자인과 분리되기 시작하였고 엔지니어와 건축가사이에 직업의 분화도 일어났습니다. 이후부터 대부분의 건축가들은 건축에서의 엔지니어링과 디자인 사이의 관계설정 문제로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3. 하이테크 건축, 건축 철학의 개념을 바꾸다
이 문제는 한 건축가의 건축 철학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까지 작용하였습니다. 모더니즘의 이상 중에는 건축에서의 엔지니어링적 가능성을 극대화시키려는 아방가르드 개념 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후기 모더니즘기에 들어 구조개념이 곧바로 특이한 형태를 결정해 버리는 단계로까지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발전은 물론 구조기술의 발달로 특수 구조가 가능하게 된 데 기인하는 바가 컸습니다. 미학 운동을 추구하는 후기 모더니즘 건축가들 중에는 오브 아럽(Ove Arup)이나 프라이 오토(Frei Otto) 등과 같이 토목기술자로 분류하는 것이 더 나은 엔지니어링 전문가들도 많이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들보다는 훨씬 더 건축적인 배경 위에서 이 개념을 추구했던 에로 사다리넨(Eero Saarinen)등이 이 경향을 대표하기도 합니다. 이들은 엔지니어링의 새로운 가능성을 건축언어로 흡수, 번안하며 건축영역의 확장을 시도하는 건축가들로서 어떤 면에서 이들에게 있어 토목기술과 건축기술, 그리고 건축디자인 사이의 명확한 구분은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석수장이였던 브라만테(Bramante)가 돌 다루는 기술과 인본적 가치를 하나로 묶어 르네상스 건축을 완성시키며 후기 르네상스 시기를 연 지 400년 만에 이들 구조미학 건축가들은 다시 첨단의 구조기술과 디자인개념을 하나로 묶습니다. 모더니즘 건축을 완성시키면서 후기 모더니즘 건축을 열고 있습니다.
4. 오브 아럽에서 보는 하이테크 건축의 진풍경
오브 아럽은 교량을 날렵한 조형물로 만들어내는 기술을 바탕으로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Opera House, Sydney)와 파리의 퐁피두센터(Center Pompidou, Paris) 등과 같은 현대 건축의 대표작들을 구조적으로 뒷받침하였습니다. 오브 아럽은 자칫 기괴한 형태를 스케치만 하는 건축가들의 이름 뒤에 묻혀버리기 쉬운 구조기술자의 위상을 건축가 옆으로 나란히 올려놓는 공헌을 하였습니다.
에로 사다리넨은 오브 아럽보다는 좀 더 건축적인 개념을 기본 배경으로 삼는 차이를 보이지만 사다 리넨 역시 모더니즘기 이후의 전환기에 현대 건축과 나아갈 방향을 구조미학으로 제시한 공통점을 갖습니다. 사다리넨의 유명한 뉴욕 죤 에프 케네디 공항의 TWA청사는 이것의 대표적 예에 해당됩니다.
사다리넨은 이 건물에서 당시의 첨단기 술이었던 셀(shell) 구조를 세 번 겹쳐 얻어낸 특이한 형태를 선보였습니다. 이 형태는 비상하는 비행기의 이미지에서부터 동굴 와 이미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해석을 낳았습니다. 이렇듯 사다리넨의 이 건물은 구조기술이 형태를 결정하며 그것이 표현하는 이미지와 일체가 되는 구조 미학의 대표적 예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5. 하이테크 건축의 진화
구조미학 운동은 이후 많은 추종자를 낳으며 현대건축을 주도하는 큰 흐름 중의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경향은 많은 경우 많은 발전 끝에 이제는 보편화된 특수 구조기술을 함께 이용하기도 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흰색 천을 펼치며 깔끔한 이미지를 제시하는 텐트구조의 사용이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습니다.
구조미학 운동과 후기 모더니즘은 하이테크(High Tech) 건축으로 발전하며 금세기의 마지 막 기술이상을 구체화시켜주고 있습니다. 물론 시기적으로 보아서 하이테크 건축이 반드시 앞의 두 경향을 이어받은 것은 아닙니다.
한편으로는 이 세 가지 운동이 함께 진행되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후기 모더니즘 속에 구조미학 운동과 하이테크 건축이 포함되는 것으로 분류된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구조미학 운동과 후기 모더니즘이 1950년대부터 시작된 반면 하이테크 건축은 1960년대에 시작된 점과 최근의 유행정도, 그리고 기술이상을 표현해 내는 건축적 어휘의 정치함 등에 있어서 하이테크 건축은 앞의 두 경향을 이어받은 것으로 이해될 수 있는 측면도 많습니다.
구조미학 운동은 주로 특수구조나 구조의 공학적 처리를 통하여 지구중력 하에서의 상식을 뒤엎는 특수한 형태를 표현하려는 경향입니다. 또한 후기 모더니즘은 모더니즘에서 완성된 기본어휘를 기교적 조형어휘로 활용하려는 경향입니다.
이에 반해 하이테크 건축은 주로 금속부재와 유리를 이용하여 생산시스템과 관련된 접합과정에서 첨단기술의 이미지를 추구하는 건축 경향입니다. 하이테크 건축은 건물을 구성하는 금속 골조와 유리판의 기본 유닛을 정한 후 이것을 반복, 접합하는 구조방식을 의장요소로 활용하여 장식적 효과를 노리는 경향입니다.
이러한 기본전략을 갖는 하이테크 건축은 금속재료의 차갑고 정밀한 느낌으로부터 첨단의 분위기를, 그리고 유리의 투명성과 반사성으로부터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각각 추구합니다. 경우에 따라서 짓고자 하는 건물이 연구소나 공장 등과 같이 설비 부재를 많이 필요로 할 때 이것들에 강렬한 원색을 칠한 후 그대로 노출시켜 의장요소로 함께 활용하기도 합니다.
6. 하이테크 건축의 대표 사례, 퐁피두 센터
물론 퐁피두 센터같이 연구소나 공장이 아니더라도 의도적으로 설비부재를 의장요소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유리개발에 발전이 있어 유리자체의 표면질감, 반사도 및 투명도 색채 등이 그대로 훌륭한 의장요소로 쓰이는 단계에까지 도달하였습니다.
그 결과 햇빛을 받으면 일곱 가지 무지개 빛이 반사되어 나오는 유리까지 개발이 되었고 이런 유리는 단순히 건물표피에 붙이는 것만으로도 기막힌 장식효과를 보장하게 되었습니다. 유리가 마치 지능을 가진 것 같다 하여 최첨단을 상징하는 '인텔리젼트'란 단어가 조합된 '인텔리젼트 글라스(Intelligent glass)'가 개발되는 시기가 도래한 것입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철재와 유리가 건축의 주재료로 쓰이기 시작한 19세기 중반 이후 에도 이와 똑같이 신 재료가 주는 밝고 경쾌한 미래적 이미지를 건축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런 시도는 상업자본주의 초기에 새로 생겨난 백화점 등과 같은 상업건물에서 특히 많이 있었습니다. 에밀 졸라는 1886년에 쓴 「부인들의 행복에 관하여(A Bonheur des Dames)」라는 소설에서 메탈 건물의 새로운 분위기가 백화점에서의 소비욕구를 자극하는 과정을 잘 묘사해 내기도 해냈습니다.
7. 하이테크 건축의 또 다른 힘, 소비 자극
지금의 소비 심리학쯤으로 불릴 수 있는 이러한 분석을 통하여 에밀 졸라는 메탈 건물의 밝고 위생적인 환경이 소비자들에게 상업자본주의란 매우 건강한 경제체제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과정을 추적해 내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이제 100년이 흐른 20세기말의 후기산업 자본주의 시대에 우리는 조금 더 발전한 오브제를 가지고, 그러나 결국에는 같은 개념을 추구하는 하이 테크 건축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이테크 건축은 기술에 의해 인간의 심미적 영역까지도 다스릴 수 있음을 천명하며 새로운 재료와 첨단 기술의 이미지를 건축적 어휘로 번안해 내고 있습니다.
하이테크 건축은 1960년대에 영국에서 리챠드 로저스(Richard Routers), 노르만 포스터 (Norman Foster), 마이클 홉킨스(Michael Hopkins), 그리고 니콜라스 그림쇼(Nicholas Grimshaw)의 4인에 의해 처음 시도되었습니다. 이외에 이태리에서 렌조 피아노(Renzo Piano)가 동일한 시기에 동일한 시도를 하였습니다.
이들은 서로 번갈아 가며 파트너십을 맺기도 하면서 퐁피두 센터, 홍콩 은행(Hong Kong Bank), 로이드 은행(Lloyd's Bank) 등과 같은 대표작을 남겼습니다. 이들은 최근까지도 하이테크 건축을 이끌며 20세기말에 가장 주목받는 건축가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하이테크 건축은 1980년대에는 유럽전역에 전파되어 프랑스의 쟝 누벨(Jean Nouvel), 독일의 본 게르칸(von Gerkan), 이태리의 마시밀리아노 푸크사스(Massimiliano Foksas) 등과 같이 각국을 대표하는 하이테크 스타들을 낳게 되었습니다. 특히 1950~60년대 구조주의(Structuralism) 건축의 발상지였던 네덜란드에서는 이것에 하이테크 건축을 접목시켜 나름대로의 독특한 특징을 형성해 가며 그 어느 나라보다도 활성화된 움직 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제 1990년대 들어 하이테크 건축은 세계 현대건축을 주도해 가는 가장 큰 흐름으로 자리 잡은 느낌입니다. 날렵한 메탈의 각선미와 신비한 유리의 반사 색이 엮어내는 투명하고도 오묘한 빛의 세계는 이제 많은 사람들에 의해 21세기의 건축모델로 정의되고 있습니다. 대도시에서 대부분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기반이 바로 하이테크 건축이라 할 수 있습니다.
8. 하이테크 건축의 특징 및 결론 도출
하이테크 건축은 공간, 구조, 설비 등의 가변성의 개념과 이것이 극도로 발전된 이동성의 개념을 내포합니다. 이것은 경량의 규격화된 부재를 대량 생산하여 어떤 한 가지 구성체계로서 끼워 맞출 수 있는 시스템 건축을 실현시킴으로써 가능한 개념입니다.
하이테크 건축의 7대 특성은 가변성, 이동성, 공업화, 시스템, 경량성, 투명성 그리고 기계미학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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