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건축은 환경건축에 대해 새로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존의 경험주의 철학에 근거를 두고 '자연과 함께 하는, 계절 친화적 건축'으로서 자연생태계에 포괄되는 개체로서의 건축을 지향하였습니다. 즉, 환경건축은 자연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기보다는 자연과의 평형을 중시함으로써 자연의 순환원리를 건축적으로 적용하였습니다.
자연의 물성을 이용하여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며 자연에 합일하는 생태적 건축으로 정의할 수 있기도 합니다. 거시적으로는 지구환경을 보전하는 관점에서 에너지, 자원, 폐기물 등의 한정된 지구자원을 고려하고, 미시적으로는 주변 자연환경과 친밀하고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게 하여 거주자가 생활 속에서 자연과 동화되어 체험하는 건강하고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는 건축물 및 주변환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환경건축이 가장 강조하는 지구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출발해 보겠습니다. 건축을 환경과 별개로 서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주위와 조화되고 자연과 일치하는 것으로써 간주하여 환경건축의 궁극적 목적인 토털 빌딩 퍼포먼스(Total Building Performance)를 확실히 하고 태양이나 바람 같은 자연 에너지의 사용을 최대로 함으로써 인간에게 적절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실현 방법, 각 국가가 실행하고 있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환경건축의 필요성(일반론)
금세기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지구 환경 보전문제입니다.
산업혁명이 가져온 도시화, 공업화는 편익의 극대화를 이루었지만 지구촌 생태계의 평형을 위협하는 반작용이 도처에서 발생되고 있습니다. 최근 삶의 질에 관심이 고조되고, 환경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증대됨에 따라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시키자는 개념이 사회 모든 전문 분야에서 강조되고 있으며 건축 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른바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개발' 즉 ESSD(Environmentally Sound and Sustainable Development)가 건설 분야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는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로에서 열렸던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지속가능개발'을 기본원칙으로 한 리우선언을 채택된 이후 최근 이스탄불에서 열렸던 Habitat Agenda 2에 이르기까지 국제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추구되고 있는 새로운 이념이기도 합니다.
지구의 환경문제에 대한 건축분야에서의 영향을 살펴보면 현재 전 세계 에너지 소비현황에 따르면 전체 에너지의 50% 정도가 건물의 냉, 난방 조명 및 건축시공 등, 건축분야에 소비되고 있으며, 이 비율은 실내환경성능의 질적 수준 향상에 따라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건물에너지 소비의 50 - 70%는 절감이 가능하며, 기후디자인 원리를 적용하여 정밀하게 디자인된 '자연형 건물(passively designed building)'이 보급되면 전체 건물에너지 소비의 75 - 80% 까지도 절감할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건물 부문의 에너지 소비는 총 에너지 소비량의 35%를 차지하여 건물의 에너지 절약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또한 총 화석에너지 소비 중 가정 부분이 차지하는 비율이 20%로 높은 비율을 나타내고 있으며 석유, 석탄, 가스 등 화석 연료의 사용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영향으로 지구의 온난화현상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택난방이 전체 이산화탄소발생량 중에 67.7%를 차지하고 있으며, 아파트가 건물 용도별 평균에너지 소비량에 있어서 최대임을 비추어 볼 때 주택 특히 아파트단지에서 생태계의 파괴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에너지 다소비형 건물은 지구 환경오염이라는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즉, 에너지소비의 급격한 증가로 현재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산업혁명 이전보다 약 25%가 높은 350ppm정도에 달하고 있는데, 그 주된 원인은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의 연소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온실효과의 주요인으로서 전체 유해가스 중 55%에 달하는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증가하면 오존층의 파괴와 함께 지구 전체의 기온이 상승하고 이에 따른 해수면의 상승을 가져옵니다. 지구 기온이 1-2도 상승하면 강수량은 10% 감소되어 농업 및 생활용수의 수급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토양의 유실 은 건축 외의 다른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현재 화석연료의 소비에 따른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석탄, 석유 사용량이 전체 에너지의 85%에 달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세계 12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화석에너지조차도 무한정한 것이 아니라 수십 년 내에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온실효과 등 현대의 환경위기가 자연을 단지 대상물로만 파악하는 왜곡된 자연관에 바탕한 무분별한 과학기술의 추구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생태주의자들과 같이 지구 환경문제의 해결책은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21세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여야 한다고 하는 흐름이 지배적입니다. 즉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지향해 온 기계론적 산업화의 패러다임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시대적 변화가 야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환경건축은 기계론적, 이원론적, 이기적 과학관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연과 인간과의 조화를 바라는 신과학 운동의 건축적 구현입니다. 이러한 환경건축철학은 오직 하나뿐인 지구환경을 보전하고 우리 인류의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보장할 수 있는 미래 건축의 목표를 제시할 수 있으며, 우리 인류를 위한 궁극적 가치 창조를 위한 건축적 해결 방법입니다.
2. 환경건축의 실현 방법
환경건축의 실현방법으로 자연형 디자인 원리(Passive Design Principles)의 현대적 활용, 통합적인 신환경기술의 건축, 환경친화적 재료의 개발, 재활성의 건축을 들 수 있습니다. 이 중 자연형 디자인의 현대적 활용은 자연에너지를 최대로 활용하며, 오랜 시간에 걸쳐 국지기후와 지역환경에 가장 적합하게 발전된 전통적 환경조절원리와 기법들을 현대 건축 디자인에 적용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환경건축의 목적을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번째가 지구환경의 보전(low impact)이고, 두 번째가 주변환경과의 친화(high contact)입니다. 여기에서 지구환경의 보전은 지구의 환경이나 생태계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게 하기 위해 건물을 건축 시 지구환경에 최대한 부하를 적게 하고자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주변환경과의 친화는 건물 거주 시 근처에 있는 자연환경이나 생태계를 즐기고 상호 양호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이 두 개념은 때때로 상호 모순되는 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환경친화성을 강조하면 자연에 대한 부하가 커지고 자연에 대한 부하를 감소시키자면 환경친화성이 떨어집니다. 여기에서 자연형 디자인의 현대적 활용의 필요성이 대두됩니다. 이를 활용하면 자연에너지를 최대한 줄이면서 자연요소를 건물에 도입할 수 있으므로 위의 두 목적을 동시에 성취할 수 있습니다.
환경건축은 자연의 훼손 없이 자연에너지를 활용하며, 자연환경과의 조화와 에너지 효율을 고려한 입지선정, 건물의 배치 및 형태계획, 재료선택, 건축기술체계의 환경적 연계성, 그리고 수목과 같은 그린요소의 연계 및 이용을 목표로 합니다. 또한 구체적인 자연형 디자인 전략은 먼저 열환경 측면에서 최적 방위, 일영조건, 인동간격, 최적 형태, 열적 조닝, 기후특성에 적합한 평면형, 외피의 열성능, 단열특성, 그리고 차양 등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를 하여야 합니다. 빛환경 측면에서는 자연채광 설계가, 공기환경 측면에서는 적정환 기량 설정 및 효과적인 자연환기계획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 모든 내용이 설계 계획 초기단계부터 적용된다면 가장 비용을 적게 들이고 환경부하를 줄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환경설계의 목적은 자연조건에 정확하게 반응하는 건물을 짓는 데 있습니다. 자연의 디자인 언어를 잘 이해하는 것이 환경설계를 성공시키는 열쇠가 된다.
3. 환경건축의 개발현황
(1) 유럽 사례
독일은 베를린의 통합도시계획(1990)에서 인간과 환경을 조화시키는 생태학적 접근방식의 Ecopolis 개념을 도입하여 삶의 질을 보장하는 쾌적한 환경조성과 경관미와 다양성의 유지, 동식물의 안정적인 서식지까지 보장하는 계획이 마련되고, 자연과 인간의 상호관계 및 생태계를 고려한 다양한 건축적 시도와 개념들을 종합한 생태건축을 보급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단지로는 'Schafbr hi 생태주거단지', '미래 주택 Housing 2000', 'Kiel-hassee 생태주거단지', '하노버 잔디지붕 주거단지', 'Kassel 단지' 등이 있습니다.
영국의 자연친화적인 주거단지로는 'Milton Keynes', 'Welwin Garden City', 'Letchworth' 등이 대표적이다.
(2) 일본 사례
일본에서는 환경보전 및 생활환경의 개선을 위한 노력으로 환경청에서는 에코시티(Ecocity) 계획에 관한 구상을 제안하였고, 지구환경보전에 관한 관계각료회의에서는 지구온난화 방지 행동계획을 결의하였습니다. 또한 건설청의 요청으로 민간기업과 행정기관이 협력하여 만든 환경공생주택연구회를 중심으로 환경공생주택을 개발, 보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용화의 노력 일환을 'NEXT 21(1993)' 시범주택사업을 실시하였고 키타큐슈시에 '지구마을 1번지(1995)', '마테르아노우(1995)' 등을 조성하였으며, 또한 동경을 중심으로 동경都환경공생주택단지 등에도 환경설계의 개념을 적용하였습니다.
(3) 한국 사례
'그린아파트', '환경아파트', '생명존중아파트', '바이오 주택' 등의 상품으로 대형건설업체 및 주택건설전문업체 등이 중심이 되어 새로운 개념 적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과 아파트를 접목시킨 환경개념을 도입한 주택으로는 대우건설의 '그린홈, 클린아파트(1994)'와 현대건설의 '생명존중아파트'를 기점으로 민간건설업체들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4. 결론, 환경건축의 실례
전원주택의 단점을 보완하는 여러 가지 제안 중의 하나가 홀로 떨어져 있는 별장식 전원주택이 아닌 마음 맞는 사람끼리 함께 모여 짓는 동호인 주택입니다. 목현리에 위치한 1호 에코하우스도 이러한 관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에코하우스'는 현재 건국대학교 건축공학과 강병근 교수님이 독일유학과정과 그동안 거제도 애광원, 외도의 시설, YWCA 노인복지관등을 지으면서 얻은 모든 경험을 동원하여 설계한 한국적인 '에코(ecology) 주택'의 실험작입니다.
설계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시공기술의 뒷받침 없이는 좋은 건물이 지어질 수 없습니다. 이 에코하우스는 교수님의 시공파트너인 에코하우스 김용만 소장이 꼼꼼한 시공솜씨를 발휘하여 완공을 보게 되었습니다. 건물의 기밀성을 높이기 위해 단열, 환기시스템, 미시기후까지도 철저히 고려한 '생태주택'의 원리에 입각해 설계했으며, 그동안 현장에서 축적된 노하우를 최대한 발휘하여 한국 실정에 맞는 시공디테일을 만들어내는 기분으로 시공하였습니다.
그와 더불어 가구를 원목으로 제작하여 건축, 인테리어와 가구가 일체화가 되도록 하였는데, 그 결과 실내분위기에 통일감이 생겨 독특하면서도 목가적인 분위기가 넘치는 집이 되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에너지 효율이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여름에는 선풍기조차 필요 없는 시원함과 겨울에는 하루 2시간의 난방으로 하루 종일 훈훈한 집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 집을 방문했던 지인들이 한결같이 놀라는 부분이며, 이 에코하우스의 장점에 반해서 공사를 부탁하게 되었고, 창원과 용인의 양지에 2호, 3호 에코하우스가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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